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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상품화 풍조에 익숙해질수록 청소년들은 여성을 쾌락의 도구로 다루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성거래가 불법적으로 대중화되고 여성이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단순한 성적 대상물이나 상업적 도구로 비하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 또한 올바른 성 가치관을 지켜내기 힘들어졌다. 자신의 몸이 상품화되고 뒷담화거리가
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여성들 스스로 목소리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올해 9회째를 맞는 ‘월경페스티벌'이다.
“자신에게 솔직한 여자들에 대해 세상은 문란하다, 또는 여성스럽지 못하다고 하는데요, 자기 몸을 진정 사랑하는 여성은
문란할 수 없을 뿐더러 여성스러움은 여성이 스스로 규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해 열린 제8회 월경페스티벌 ‘자화자찬'의 기획자 조사라씨의 말처럼, 월경페스티벌은 여성이기 때문에 함부로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진 축제공간이다. 늘 숨겨 다니던 생리대를 공공장소에서 꺼내들고 그 위에 글을 써서 빨랫줄에 걸어보는 경험은 여성들에게 매우 시원하고 자유로운 일종의 선언이 된다. ‘생리대에 말 걸기'라는 이름으로 열린 행사 외에도 ‘내 몸에 맞는 피임 찾기', ‘자화자찬 게시판(성감대 찾기)' 등의 참여코너와 ‘월경 퍼포먼스', ‘내 몸 노래'등의 공연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서 진행돼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긍정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홍대 앞 클럽에서 밤늦게까지 진행된 ‘파자마 파티'와 ‘노브라 파티' 또한 마음껏 수다를 떨거나 신나게 뛰어놀며 자기 안에 숨겨졌던 진정한 여성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조사라씨는 “선생님들이 학생을 데리고 단체로 참여하기도 한다”며 “학교라는 좁은 세상에 갇혀 있던 아이들에게 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키워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또한 “남녀커플이 함께 생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성적대상으로만 바라봤던 상대방을 자기와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오는 8월이나 9월 중 열리게 될 제9회 월경페스티벌 ‘월경, 꿈꾸다' 또한 월경이 대표하는  여성의 몸과 여성성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용, 현실을 벗어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컨셉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9회 페스티벌을 위해 새로운 구성원으로 꾸려진 ‘여성문화기획 불턱'의 관계자는 “기존 여성주의 행사들이 직접적으로 '이건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면, 이번 행사는 문화적인 부분을 통해 즐겁게 다가갈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이라며 “자원활동가 중 청소년 분들도 계시는 만큼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할 수 있는 행사로 대중들에게 다가서겠다.”고 말했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오는 4월 5일부터 12일까지 신촌 아트레온에서 열리는 ‘제9회 서울여성영화제' 또한 여성의 시각으로 삶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 영화를 상영하며 문화생산의 주체이자 대상으로서의 새로운 여성문화 창출을 시도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여성, 소수자의 목소리로 말하다'라는 주제 아래 인종, 국적, 젠더, 연령 등으로 분류된 소수자들과 소통하며 남성중심의 편견과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획일적이고 배타적인 사회와는 다른 세상을 위한 연대를 다져나갈 예정이다. ‘이주여성 특별전 :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와 ‘퀴어 레인보우 : 성 정치학, 그 사이에서', ‘청소녀 특별전 : 걸즈 온 필름' 등의 섹션을 통해 이루어질 이러한 ‘소수 안에서의 연대'는 영화를 매개로 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욱 당당하고 맑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 음란물, 획일화된 성교육, 여성을 상품으로 바라보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모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피할 수 없는 삶의 환경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대안 성교육 프로그램 및 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들 또한 그 환경 안에서 자유롭게 공존하고 있다. 성욕은 자연적이고 건강한 것으로 평생 동안 인간의 일부를 이룬다. 청소년 또한 충분한 정보와 태도, 기술들을 갖추고 있다면 성에 대한 것 뿐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훌륭한 선택을 내릴 수 있다. 결국 우리 시대의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청소년의 고민에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사회의 믿음이 아닐까. 제한된 정보는 결국 제한되고 왜곡된 선택으로 이어진다. 청소년이 제대로 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갖출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열린 성교육이 시급한 때이다.